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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막국수집_(feat. 봉평 미가연)대한민국 맛집멋집 2020. 3. 27. 15:34
언제부턴가 캠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주 먹었던 음식이 막국수다. 먹기 편하고 가평이나 춘천, 강원도 여느 지역에서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막국수다. 물론 서울이나 경기도 어느 곳에 가던지 막국수 집은 많이 있다. 밀가루가 없던 시절에는 메밀이 흔해서 상품가치가 없었지만 6.25 이후 미국에서 밀가루 수입이 되면서 현재는 밀가루보다 몸 값이 비싸졌다.
한 해 살이 풀로 주로 강원도에서 평창 지역에서 재배를 많이 했지만, 현재는 제주도에서 30% 생산을 하고 있다.
오히려 강원도보다 제주도에서 더 많이 생산한다. 메밀이라 하면 이효석의 '메일꽃 필 무렵'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930년 중반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 1920년대 강원도 봉평 일대를 주 무대로 삼고 있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中
현재도 9월초가 되면 효석문화제, 봉평메밀꽃 축제가 평창 봉평일대에서 펼쳐진다. 아직 안 가보셨다면 꼭! 가보시길 권해 드린다.각 지역마다 9월초가 되는 시점이면 봄에 심은 메일꽃이 활짝 피어 소규모로도 지역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꽃을 본다는 것은 남자건 여자건 기분을 좋게 하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렇게 편하게 먹는 메밀 막국수를 이번에 먹게 되었다. 사실 결혼 전에는 많이 먹었지만, 메밀 막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와이프 덕분에 결혼 이후에는 잘 먹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봉평에는 예전부터 갔던 곳이 현대 막국수 집이었다. 장사가 잘돼서 어느 날인가 본점 뒤편에 신축건물을 지어 2호점을 운영했던 것 같은데 현재는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았다.
미가연은 봉평 시내를 들어오는 초입에 위치하고 있고 너른 주차장이 있어 편하게 들릴 수 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점심 시간이지만 많이 사람이 있진 않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쥔장의 이력이 화려했다. 특허를 받은 내용이며 표장을 받은 내용이 이곳저곳에 많이 붙어있다. 처음이라 그런지 내심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받으러운 분에게 메뉴를 추천해 줄 것을 부탁했다. 2가지 메뉴를 추천해주셨는데 '육회 비빔국수' '이대팔 메밀국수'를 추천해서 주문했다. 메밀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도 판매하고 있었으며 주방도 오픈 주방으로 청결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육회비빔국수 이대팔 메밀국수 밀가루를 넣지 않은 100% 밀가루는 어떤 맛일까 걱정을 했었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내 입맛에는 너무도 잘 맞았다. 예전에는 메밀 막국수에 설탕을 뿌려 먹는 다던지, 비빔국수처럼 단짠 메뉴를 좋아했었지만, 요즘은 동치미 국물에 말은 유포리 막국수처럼 담백한 맛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건강한 맛을 좋아하는 건 나도 점점 나이가 들어간다는 슬픈 현실이다.
'이대팔 메밀국수'는 메밀싹이 있고 100% 메밀로 만들어서 그런지 씁씁하고 담백했다. 양념도 거의 하지 않은 담백한 맛이었다. 그동안 비빔국수에 길들여 있던 나의 혀에 새롭게 다가오는 맛이었다. 나는 지금 담백하고 씁쓸한 이 맛이 좋았다. 육회 비빔국수는 육회와 비빔막국수를 동시에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찬으로 나온 시래기 무침도 짜지 않으면서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다. 쥔장이 자신 있게 갖다 주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평소에 건강때문에 많이 먹지 않는 나에게는 더욱더 안성맞춤인 음식이다. 혈압을 낮게 해주는 루틴과 카이로이노시톨 성분은 혈당을 낮춰주기에 당뇨환자에게도 좋다. 항산화 성분이 쌀보다 9배, 보리보다 2배나 들어있고 무기질 또한 풍부하다. 밀가루가 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소화가 원활하게 되지 않아 그런 것인데 메밀은 소화가 잘 되도록 도와준다. 메밀의 찬 성질을 보완하기 위해 무와 같은 따뜻한 음식과 함께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메밀만 먹으면 단백질이 부족한데 그래서 막국수를 파는 곳에 가면 수육 또는 편육이 있다.
메밀은 단 메밀과 쓴 메밀이 있는데 쓴메밀에는 루틴이 단 메밀보다 80배가량 많아서 몸에 더 이롭다. 미가연에 가면 '이대팔 메밀국수'처럼 '이대팔'이라는 말을 볼 수 있는데 이대팔이란? "일주일에 2번 이상 막국수를 드시면 팔팔하게 오래 사신다"는 뜻이다.
몸에 좋은 것은 쓴것처럼 씁쓸한 뒷맛이 계속 생각이 난다. 이른 봄에 다녀왔지만 여름이 지나 가을로 넘어가는 초가을에 한 번 더 먹으러 가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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